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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신지식 창출해 인류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후대에는 우리 천문학자가 교과서에 실리도록 밑거름이 되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연구를 통해 우주에 관한 지식을 창출하고 그 지식으로 국가,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비전입니다."

지난해 5월 천문연 원장에 취임한 한인우 원장은 연구원의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천문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천문연구기관으로 발전해야겠다"며 "우리 천문학자도 전인미답의, 천문우주에 관한 신지식을 만들어내는 연구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문학계의 first mover
1974년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국립천문대가 1999년 '한국천문연구원'이라는 독립법인으로 재출범했다. 천문연은 우리나라 현대 천문연구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1978년 소백산천문대에 61cm 망원경 설치, 1985년 대덕 전파망원경 설치, 1996년 보현산천문대 준공, 2007년 한국 우주전파관측망(KVN) 완성…. "40여 년 전 국립천문대는 직원 수가 30명도 안 됐지만, 지금의 천문연은 연구직만 120명이 넘어요.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측 시설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기기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 배열 ALMA를 사용할 수 있고, 올해부터는 하와이와 칠레에 있는 제미니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어요. 또 2020년부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마젤란망원경(GMT)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한 원장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말을 강조하는데, 이는 '남이 이루지 못한 연구성과, 관측기기를 만들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자'는 뜻이다. 그는 "천문연에서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관측기기를 많이 만들어냈다"며 남아공, 호주, 칠레에 1.6m 광시야 망원경을 각각 설치해 지구형 외계행성을 탐사하는 시스템인 KMTNet, 세계 최고 수준의 근적외선 고분산 분광기인 IGRINS, 한국 우주전파관측망인 KVN을 예로 들었다.

"KMTNet은 밝기가 변하는 천체를 관측하는 광시야 시설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어요. 외국에서 공동연구를 하자는 러브콜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관측 연구를 시작하는데, 좋은 성과가 쏟아져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또 연세대, 울산대, 탐라대에 각각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KVN은 4개 파장 대역에서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이랍니다. 세계 최초라고 봐도 좋습니다. 이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스페인, 중국 상해천문대에 하나씩 공급했어요. 유럽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기기를 채택하려고 노력 중이죠." 현재 천문연은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 원장은 "GMT는 올해부터 건설 단계에 들어가며 2020년 첫 관측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때는 거울 7장으로 구성되는 주경 중에서 우선 4장으로 관측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건설비용의 10%만 내는 것이 아니라 GMT 부경, 관측 기기, 망원경 구조물 등을 건설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이끄는 연구그룹 탄생 돕는다
2개의 태양을 가진 '영화 스타워즈 속 타투인 행성' 발견, 특이 쌍성계에서 지구 질량의 2배를 가진 외계행성 발견, 국내 적외선 우주기술로 초기 은하의 새로운 형상 밝히는 데 기여 …. 그동안 천문연에서 발표한 연구성과는 양적으로 성장했다. 한 원장은 "천문연은 1년에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150편 이상을 게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네이처', '사이언스' 등의 저널에 천문연 소속 연구자가 제1 저자로 논문을 발표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10년 안에 세계적 연구그룹이 3개 이상 탄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가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중요한 것은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가라고 봅니다. 최근 100% 기관 고유사업으로 9년간 지원하는 과제를 공모했습니다. 3년마다 단계평가를 하는 가운데, 1년에 최대 10억 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포스닥을 포함해 최대 10명의 연구 인력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엄격하게 심사해 새로운 것, 예측하지 못한 것을 연구하는 과제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할 겁니다."

한 원장은 선정된 연구팀이 9년 정도가 지나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연구그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천문학과 제프리 마시 교수가 이끄는 세계적 외계행성 연구그룹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제 우리도 이런 비전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라며 "연구원들이 많이 도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네이처나 사이언스급 논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 소통, 그리고 원초적 천문학
천문연의 연구분야는 기초 분야가 많지만 기업체와의 협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한 원장은 "기업과 연구소의 관계는 기술과 기회를 주고받는 쌍방적 관계"라며 "천문연의 좋은 기술을 기업체에 지원할 수 있으며, 천문연에서 특정 기술을 개발할 때 힘들어도 국내업체에 개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원장 자신이 1m 광학망원경을 개발할 때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도모했다. 외국에서 사오려면 10억 원 이상 드는 반사경 코팅기를 국내 중소업체와 손잡고 국산화했으며, 망원경은 중소기업청 과제를 통해 중소기업 저스텍에 기술 이전하고 상용화했다. 이 업체는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대구과학관 등에 1m 망원경을 공급하게 됐다. 최근 천문연은 기술을 전수하고 지도해줄 수 있는 '패밀리 기업'을 7개 선정했다. 천문연 소속 연구원이 정기적으로 기업을 방문해 기술을 지도하는데, 천문연이 예산을 지원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고 있다.

한 원장은 기업뿐 아니라 내부고객인 직원들 사이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천문연 본관 2층에 올라갔을 때 원장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약간 놀랐다. "원장이 되고 나서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어 봅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행복ㆍ소통위원회도 만들어 노력하고 있고요. 직원들에게는 서로 남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문도, 마음도 모든 걸 활짝 열고 살자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야 협업이 가능하니까요." 행복을 강조하는 그는 개인적으로 어떤 때 행복할까. "연구할 때는 안 풀리던 문제가 풀렸다거나, 고장 난 기계를 고쳤을 때 행복했어요. 개인적으로 산을 좋아하는데, 산에 오르면 행복해요. 설악산, 지리산은 갈 때마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한라산은 영실 쪽에서 오르면 인상적이고, 소백산은 6월 중순에 가면 신록이 그림 같아요. 또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좋은 글을 읽을 때 행복합니다."

끝으로 한 원장은 천문학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간이란 존재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학문 중 하나가 바로 천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무용처럼 천문학도 인류 초기부터 시작돼 원초적이니까요. 우리나라에 좋은 오케스트라, 좋은 음악가가 필요하듯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천문학 연구자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도 자연에 대한 인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10년 정도가 지나면 우리 천문학자가 발견한 사실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회가 자주 오지 않을까 합니다."


'우주에 대한 신지식 창출해 인류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글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