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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

태어난 이상 세금과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노화를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뇌도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 때 나타날 수 있는 병이 알츠하이머다. 노인성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발병률은 60세 전후로 약 1~2%에 불과하다가 65세를 기준으로 5살을 더 먹을 때마다 2배씩 증가해, 만 85세에는 2명 중 1명(약 47%)꼴로 증가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상실이다. 방금 했던 일은 물론이거니와 추억과 가족,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어 읽고 쓰는 언어능력과 추론능력, 계산력과 시공간 지각력 등 인지 기능을 상실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치료제는 없다. 현대 의학으로는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나이 먹는 뇌, 신경세포가 사라진다
알츠하이머의 증상은 건망증으로 시작한다. 뇌 속 해마도 늙기 때문이다. 해마는 기억이 저장되는 1차 장소로 이후 대뇌피질에 최종 저장된다. 나이를 먹은 해마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건망증을 유발한다. 건망증은 단순 건망증과 병적 건망증으로 나눈다. 단순 건망증은 정보를 기억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기억 자체가 불완전하게 저장돼 생긴다. 이야기를 대충 흘려듣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상황에서 주의가 분산될 때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려 했을 때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내긴 어려워도 연관된 정보를 주면 내용을 바로 기억해낸다.

반면 병적 건망증은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으로 새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이 아예 해마에 입력되지 않아 힌트를 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식사를 하고 상을 치운 뒤 식사를 깜박했다며 다시 상을 차리거나 방금 한 이야기나 질문을 되풀이 하는 것이 예다. 처음에는 단기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다가 점차 저장된 기억도 사라져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단순 건망증에서 그치지 않고 병적 건망증으로 가는 원인은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뇌신경세포가 빠른 속도로 사멸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이뤄져있다. 신경세포의 돌기들은 서로 맞닿아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 부분이 시냅스다. 기억은 오감을 통해 받은 외부자극이 시냅스를 통해 해마로 전달되면서 생성된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수가 적어지면 뇌는 쪼그라들고 시냅스는 약해져 신경세포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자연히 시냅스를 통해 전달되던 외부자극도 해마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기억을 만들지도 저장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적어도 15~20년 전부터 조금씩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위험요소를 파악해 치료하고 생활습관만 고쳐도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중년기에는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 비만 등의 위험인자와 우울증은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신경세포를 비정상적으로 빨리 소실시키는 원인이다.


즐겁게, 활기차게, 꾸준히! 뇌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
무엇보다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우선 젊었을 때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이 필요하다. 뇌는 몸의 발달과 성장에 있어 가장 늦게 완성되는 조직이다. 계속 사용할수록 발달하면서 노인이 되어도 정상적인 뇌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두 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은 치매 발생 시기를 5년 정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적인 학습으로 두뇌가 자극되면서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이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또 뇌는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재생'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머리에 물리적인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과음도 피해야 한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음주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촉진시키고 습관적 음주는 알츠하이머가 발생하는 시기를 5년이나 앞당긴다. 음주는 알코올성 치매의 발병률도 높인다. 알코올은 시냅스의 활동을 방해해 외부자극이 해마로 가는 길목을 막아 기억의 생성을 방해한다. 과음할 경우 소위 '필름이 끊기는' 단기기억상실증이 나타나는 이유다. 또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는 해마의 활동을 둔하게 하고 신경세포의 재생을 방해해 기억 저장 기능을 떨어뜨린다.

술이 깨면 다시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계속해서 과음할 경우, 뇌가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기억이 끊기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술로 1년에 2번 이상 '필름이 끊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담배 역시 하루 20개피 이상 피운 사람은 치매 발생 시기가 2년 정도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도 혈압을 높이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과다 분비시켜 해마의 신경세포를 집중적으로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다. 반대로 즐거울 때 나오는 엔도르핀은 뇌의 혈액 흐름을 돕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걷기를 추천한다. 활기차게 걷는 것만으로도 뇌의 혈액 흐름이 원활해지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의 생성도 촉진된다. 실내보다는 햇볕을 쬘 수 있는 야외에서 하는 것이 좋다.

식습관으로는 제철 과일과 색이 짙은 채소를 챙기자.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견과류와 등 푸른 생선은 오메가 지방산의 함유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개선시키고 항노화 효과도 높다. 뇌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뇌혈류 개선도 돕는다. 또 적당량의 적포도주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치매 발병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 중 하나가 됐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다른 병에 비해 통증이 심한 건 아니지만 평생을 기억을 잊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평생의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평생 만들어온 나를 잃는 느낌이 아닐까. 기억을 잡고 싶다면 지금 내 생활습관을 돌아보자.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