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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캠'이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바꾼다

요한 하위징아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호모 루덴스〉라는 인류학의 명저를 저술한 요한 하위징아의 선언이다. 인간은 일련의 규칙 속에서 자유로움을 펼칠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인간의 본능을 분출시킬 공간을 만들고 사회를 유지시켜 왔다.

또한 놀이의 경쟁하는 속성인 '아곤'을 통해 끊임없이 인류 문명을 추동시켜 문화의 발전을 일구었다. 그러나 현대 우리 사회는 이러한 순수한 놀이정신을 잃어버렸다. 놀이는 어린이들이 하는 것이고 성인에게 놀이란 진지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당했다. 그러나 놀이는 인류의 본성이다.


유튜브(YouTube)가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그것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미리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비디오 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고 유튜브의 아이디어는 자신이 찍은 동영상 콘텐츠를 웹에 올려놓고 여러 사람이 같이 보게 하자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이전의 사이트들은 모든 콘텐츠를 공급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었지 사용자가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는 없었다.

서비스를 개시한지 한 달 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은 겨우 60개 남짓, 등록된 동영상들도 품질이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콘텐츠가 절실했던 유튜브는 더 많은 아마추어 동영상 제공자들을 끌어들이려고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했다. 사용자가 동영상을 보다가 공유하고 싶으면, 단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친구 모두에게 이메일로 동영상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유튜브의 사용자들이 올리는 동영상 수가 크게 늘었고, 특정 동영상이 소문을 타는 주기도 더욱 짧아졌다.

유튜브의 성공 요인은 기술보다는 트렌드에 주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실행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정확히 읽고, 이러한 욕구를 펼칠 수 있는 장(場)과 프로세스를 제공한 것이다.

유튜브 캡쳐화면


유튜브에서 조회 수 상위에 링크되는 동영상을 보면 음악, 오락, 코미디 같은 재미있고 감성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거나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그것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사용자는 유튜브에 가입해 발을 들여놓으면 결국 그들은 보기만 하던 수동적 사용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재미있고 특이한 동영상을 올리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가수 싸이의 성공은 유튜브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신화였다. 성공 이면에는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사용하고, 춤도 마음껏 따라하라'면서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풀었던 싸이의 철학이 있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리지널 동영상을 모방하거나 패러디했다거나 음악을 사용했다고 저작권 소송을 거는 일은 가수나 저작권자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이는 일이다. 싸이는 대다수의 가수들처럼 자신의 팬을 적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작권 시스템을 거부하고 팬들과의 공유를 통해 성공하게 된다.


쉽고 만들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직캠'의 위력
걸 그룹〈EXID〉의 멤버 하니의 '직캠'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가 700만을 돌파했다. 직캠이란 '직접 찍은 영상'의 줄임말이다. 보통 일반인이 특정 가수의 무대를 직접 찍은 영상을 뜻한다. 파주에서 공연한 '직캠' 영상이 유튜브에서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사실 이런 것도 저작권자들의 관례에 따르면 저작권(전송권위반, 공중송신권)위반에다 초상권 위반으로 여지없는 소송감이었을 것이다.〈EXID〉는 실적이 부진해서 활동을 접었던 걸그룹이었음에도 이 영상이 갑작스럽게 인기가 상승하는 바람에, 활동 종료 3달 만에 활동을 재개하며 최근 음악 프로그램 1위까지 올랐다. 아마추어 팬이 만든 '직캠' 영상 하나가 이들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저작권자들의 적 취급을 받는 공유행위가 어떻게 음악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음악이란 원래 공유를 통해 존재를 인정받는다. 음악의 속성은 공유를 통한 전파에 성공 여부가 있다. 방송에서 공짜로 음악을 들려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음악을 공공재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저작권자들은 방송에서 공짜로 들려주는 건 괜찮은데 개인 블로거들이 공짜로 들려주는 일에는 발끈한다. 방송이나 개인 블로거들이나 그들의 음악적 성공에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 같은 역할인데도 말이다.

'직캠'은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와는 다르다. 당연히 편집이나 화질이 뮤직비디오와 비교할 수 없이 낮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현란하고 잘 짜여진 뮤직비디오보다 직캠이 훨씬 현실적이다. '직캠'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른 차원에 머물러있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함께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기에 훨씬 친근감을 준다. 발상의 전환을 먼저 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공유경제다. 공유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세계가 있다.

직캠은 사람들의 놀이다. 영상을 찍거나 스스로 편집해서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놀이다. 놀이는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놀이하는 자가 열중하는 것은 자발적이고 완전히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며, 오직 즐거움을 위해서이다.' 〈호모루덴스〉에서 ​놀이는 즐거움을 얻는 방법에 의해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경쟁을 의미하는 '아곤', 우연에 의한 '알레아', 흉내에 의한 '미미크리', 신체적 현기증에 의한 '일링크스'로 분류된다. 이것의 시작점은 즉흥이나 희열과 같은 원초적 힘인 '파이디아'에 있다고 한다. 유튜브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가 되었다. 〈EXID〉의 직캠을 올린 팬은 '알레아'를 만족시킨 것이고, 싸이의〈강남스타일〉따라하기 동영상을 올렸던 전세계 팬들은 '미미크리'를 만끽한 것이다.

이런 놀이는 사회에서 크게 두 가지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선 일상과 분리되어 있는 놀이는 인간 본능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사회 안정을 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쟁과 행운추구, 모의, 현기증과 같은 본능들이 억제되지 않으면 현실에 무질서한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놀이는 이런 본능들을 만족시키게 함으로 사회를 유지시킨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경쟁 속 놀이는 문명을 추동시켜 문화의 발전을 이루는 역할이었다. 놀이의 경쟁정신은 사회적 충동이라는 측면에서 문화 그 자체보다 오래된 것이다. 문화, 전쟁, 법, 철학 등 전 영역 맨 밑에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놀이다.

'직캠'이 대중문화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무명 가수를 세계적인 유명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우연한 '직캠'에 의해 행운이 오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놀이가 현실세계와 서로 뒤섞이면 놀이는 타락한다. 놀이가 무사무욕의 성질을 벗어나 직업이 되는 순간,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게 된다. '직캠'이 아마추어 팬들의 놀이가 아니라 기획사에 의한 기획과 작전이 되는 경우, '직캠'은 놀이로서의 본성을 거세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놀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상업적 계산만 밝은 음악과 동영상을 만드는 기획사들은 순수한 놀이정신을 회복함으로써 일상과의 경계가 무너진 놀이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놀이로 여길 때 진정한 성공이 가능하다.

유튜브




글 : 김평수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