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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깨끗한 나라의‘릴리안’생리대를 쓴 뒤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종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물질과 유럽연합이 규정한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다양한 종류의 여성 생리대 ©shutterstock

여성환경연대는“검출된 물질 중 피부 자극과 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은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스타이렌, 톨루엔, 헥산, 헵탄 등 8종”이라며 ”특히 스타이렌과 톨루엔은 생리 주기 이상 등 여성의 생식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식독성 물질”이라고 밝혔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3년간 생산되거나 수입된 56개사 896품목의 생리대를 대상으로 9월 말까지 벤젠과 스타이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약 10종의 검출여부와 검출량을 조사해 발표하고 이후 1,2,3-트리메틸벤젠과 1,2,4-트리메틸벤젠 등 76종에 대한 조사도 추가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은 생리대 10종을 사람의 체온(36.5)와 같은 환경의 20ℓ체임버(밀폐 공간) 안에 3시간 동안 두고 방출된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조사했다. 자동차 내장부품 및 건축자재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시험에서 쓰이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 16000-6, ISO 16000-9, ISO 119-5 등 세 가지 공인된 분석법으로 총 3번 실험한 다음 평균값을 구했다.
그 결과, 10종 모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된 물질은 벤젠과 톨루엔, 스타이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이다.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 화합물로 주로 정유 공장이나 주유소,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뿜어져 나온다. 상당수는 인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내분비 교란 물질로 피부나 호흡기 등을 통해 노출되면 피로감이나 두통, 구토, 현기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농도나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과 근육 등에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따르면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틸렌 1급, 스타이렌은 2B급, 톨루엔은 3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급수가 낮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다.
실제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이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2014년 8월, 여성환경단체인 WVE(Women’s voices for the earth)가 미국에서 생리용품 점유율 44%를 차지하는 피앤지(P&G)사의 제품 가운데 생리대 브랜드인‘올웨이스’4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스타이렌,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등‘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대의 접착제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리대는 흡수제와 방수막, 접착제 등 화학물질로 이뤄져있다. 제품마다 구조나 재질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피부에 닿는 커버는 순면 부직포를 쓴다. 중간 흡수재로는 면 소재가, 핵심 흡수재로는 목재나 해조류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나 화학섬유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공중합체(EVA) 등이 들어간다.

생리대 패드 접착 공정 ©shutterstock

속옷을 젖지 않게 하는 방수재에는 폴리에틸렌 필름이나 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 섬유를 쓴다. 문제가 된 접착제는 생리대 각 부분을 연결하고 속옷과 생리대 간에 접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하이드로카본수지, 스티렌-부타디엔 공중합체(SBC) 열가소성 고무수지가 쓰인다.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는“속옷에 붙여 착용하는 생리대의 특성상 접착제가 외부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생리대 구조상 부직포, 날개, 흡수체, 방수막을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리대 안쪽에도 접착제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생리대에서 피부와 닿는 면을 보면 점선처럼 패인 홈이 있는데 이곳이 접착제가 사용된 부분이다. 샘 방지선이라 불리는 이 홈은 생리혈을 빨리 흡수하는 기능도 있지만 생리대 각 층을 고정하는 기능도 크다.

김만구 교수는 또 외부에 붙는 접착체가 방수포로 인체에 흡수될 일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향수를 뒤에다 뿌려도 향기가 휘발돼 안쪽으로 확산돼 스며드는 것처럼 접착체도 구성성분이 열에 약해 얼마든지 피부에 닿을 수 있다”고 장했다. 생리대 안과 밖에 있는 접착제 모두 피부에 닿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슬기(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학술위원)교수에 따르면 휘발서유기화합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난임을 야기하거나 생리주기가 단축될 수 있다. 2002년 대만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여성 노동자 중 일부가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노출돼 생리주기가 단축됐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리대에서 검출된 특정 물질이 여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국내외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방법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생리대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

현재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의 전성분 공개와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생리대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뿐 아니라 수십 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된 만큼 화학물질이 여성의 생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질은 보통 피부에 비해 흡수성이 높고, 밀폐된 공간에서 체온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며 노폐물과 화학물질 간 상호작용으로 2차 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또 일반 피부가 아닌 점막층에 접촉한다는 면에서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 뿐 아니라 생리대의 유해물질이 어 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생리대가 닿는 외음부는 외부 자극과 유해물질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생리대 안전성 연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프랑스에서도 소비자 잡지인 <6천 만 명의 소비자>가 11개 생리용품의 유해성분을 자체적으로 검사해 5개 제품에서 다이옥신과 살충제 등의 유해물질을 확인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월 프랑스 경제부 산하기관인 ‘경쟁·소비·부정방지국’(DGCCRF)은 시판 중인 생리용품 27종에 대한 성분검사를 진행했고 20종에서 화학첨가제인 프탈레이트나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을 확인했다. 이탈리아의 생리용품 업체인‘코르만(콜만)’에서도 자체 성분조사 결과 유기농 순면 팬티라이너 제품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발견돼 3100상자를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이 이외도 미국‘P&g(피앤지)’의‘올웨이스’생리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오비’와‘넷’의 생리대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지난 2013년 유기농 생활 매체‘내츄럴리새비(http://naturallysavvy.com)’에서 실시한 탐폰 잔류 농약 조사 결과에서도 총 7가지 종류의 농약 성분이 발견됐다. 성분에는 암과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프로사이미돈, 제충국제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현재 WVE,‘피리어드 이쿼티’등의 여성환경단체들은 생리용품의 전성분 공개를 의무화하고 유해물질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물티슈, 생리대까지‘케미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학제 부작용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생리대에 이어 기저귀, 콘돔 등도 안전성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화학물질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 주지만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늘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물질이다. 이번 생리대 문제도 생리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순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의 대체제가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그 편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성품인 생리대를 대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제기된 생리대에 대한 화학물질의 유해성 논란이 어떻게 정리되고 어떤 개선방향이 있을지에 갑론을박이 있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게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