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화살표 버튼 과학으로 팩트 체크 오른쪽 화살표 버튼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기후가 예전과 달리 바뀌면서 봄과 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가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벌써 겨울이다. 에어컨을 끄기 무섭게 히터를 튼다고 할까. 쇼핑몰에는 난방기기 신제품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난방기기는 사용하기에 늘 조심스럽다. 부주의하게 사용하다가는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그뿐인가. 전기난로의 빛이 피부에 직접 닿게 사용하면 수분을 빼앗겨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전기난로를 책상 아래 두고 사용한 분들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피해가 곧바로 드러나니 주의하면 되지만,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난방기기도 있다. 전기장판이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에 ‘전기장판 위험’이라고 검색해 보면 온갖 자료를 찾을 수 있다. 다 읽고 난 뒤의 결론. 그래서 쓰란 말인가, 쓰지 말란 말인가? 겨울을 맞아 전기장판의 위해성에 대해 ‘팩트 체크’해 보자.

이렇게 쓰면 위험한 경우들

전기장판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장판 안에는 전기 저항이 적당히 높은 열선이 들어 있다. 열선에 전기를 흘리면, 저항 때문에 열이 난다. 전선은 외부와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실리콘이나 PVC 등으로 감싼다. 이때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전기를 연결하고 끊기를 반복하는 온도조절기가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장판은 유독 사랑받는다.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온돌 문화 때문일 것이다. 침대가 일반화되면 전기장판 사용이 줄어들까 했으나 웬걸,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 사용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소파나 의자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좁고 긴 모양의 전기장판도 등장했다.

그런데 침대나 소파처럼 푹신한 침구 위에서 전기장판을 쓰는 건 위험하다. 푹신한 곳에서는 전기장판의 특정 부위에만 힘이 집중되거나 접혀서 안에 있는 전선이 끊어질 수 있다. 그냥 고장 나는 것이면 차라리 괜찮은데, 자칫하면 합선될 위험도 있다.

또 아무리 추워도 전기장판 위에 그대로 눕는 건 삼가자. 전기장판 위에 누운 채로 잠이 들면 특정 부위에 열기가 계속 전달되므로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전기장판은 단단한 바닥 위에 깔고, 그 위에 요나 이불을 깔아 쓰는 게 좋다.

문제는 전자파야

사실 전기장판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걱정하게 하는 이유는 전자파일 거다. 수많은 전선 위에 누워 있는 것이 니 인체에 미치는 전자파의 영향이 어마어마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그래서 전기장판의 대체품으로 전선 대신 따뜻한 물을 호스로 보내는 온수매트가 등장했고, ‘전자파 걱정이 없다’라고 광고한다.

전자파란 뭘까? 전자파란 정확히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이다. 전자기파는 진동수에 따라 라디오파와 같은 저주파부터 우리가 ‘빛’이라고 부르는 가시광선,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쓰는 X선까지를 모두 일컫는다. 놀랍게도 빛과 전자파는 본질이 똑같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만을 가리켜 ‘빛’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런데 가시광선이나 자외선, X선 등을 오래 쪼였을 때 생기는 문제(피부를 상하게 하고, DNA를 파괴함)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에, ‘전자파 위험’이라며 논쟁을 벌이는 대상은 진동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라디오파나 마이크로파 에 해당한다. 전기 사용량이 늘고, 통신 기기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전자파에 노출돼 있다.

해롭다 VS 해롭지 않다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운가라는 질문에 아직 공식적인 답은 없다. 이에 대해 명확하게 입증하려면 전자파를 지속적으로 많이 쪼인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특정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야 하는데, 뚜렷한 사례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레이더 기지 근무자, 해군 선원, 공군 정비병, 발전소 또는 철도 근무자처럼 평소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다른 직종에 비해 발병률에서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동물을 대상으로 전자파를 쪼인 실험도 의견이 엇갈린다.

2년 동안 하루 9시간씩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900메가헤르츠의 전자파를 노출했더니 종양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국제 암 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2B 그룹의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한다. 그런데 2B 그룹에는 놀랍게도 김치, 코코넛오일, 커피 등이 포함돼 있다. 즉 이들 물질이 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암 발생 확률이 다소 올라간다는 의미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써? 말어?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유력한 증거는 없다. 그러므로 전자파에 대한 거부감 이 없으며, 사용하면서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전기장판을 써도 무방하다. 다만, 전기장판 위에 바로 눕지는 말고, 이불 하나 깔고 눕기를 추천한다. 이불 하나 사이로 전자파 수치가 비약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자파에 대해 우려한다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상관없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노세보효과라는 역위약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진짜약을 처방해도 그 약이 해롭다고 생각하거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약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신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몸에 영향을 끼친다. 불안감은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몸에 좋지 않다. 그러니 전자파가 해롭다는 걱정을 하면서 굳이 전기장판을 쓸 필요가 없다. 온수매트와 같은 대체품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