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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과 25일 주말,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서울과 경기 지역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각각 99㎍/㎥, 102㎍/㎥로 2015년 관측 사상 이래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회색빛 대기에 서울에서는 남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공항에서는 항공기 결항과 지연도 속출했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3월 24일, 우리나라가 고기압 가장자리에 있을 때 남서풍이 불면서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일대의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4일 밤, 고기압이 북상해 우리나라가 고기압 중앙에 위치하게 되면서 대기가 정체됐고 여기에 국내 대기오염물질까지 쌓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게다가 안개가 끼고,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미세먼지에 오염물질이 엉겨붙어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습격, 5월까지 계속

문제는 5월까지 이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봄에는 서풍이 불기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경향이 있다. 또 상대적으로 고기압이 한반도에 정체하는 경우가 많아 먼지와 함께 대기가 안정된 날이 많다. 또 강수량이 적고, 바람은 약해 먼지가 씻겨나가지도 날아가지도 않는다. 높은 일교차로 아침과 밤에는 위아래로 대기 확산도 잘되지 않는데다 황사도 예정돼 있어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세먼지를 이루는 성분은 발생한 지역이나 계절, 기상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국 주요 6개 지역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구성 비율을 보면 대기오염물질이 공기와

반응해 생긴 황산염과 질산염이 58.3%로 가장 높다. 이어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16.8%), 지표면 흙먼지 등에서 생기는 광물(6.3%)로 구성돼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크기가 작다 보니 공기 중에 노출만 되도 호흡기를 거쳐 폐로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면서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우리 몸 곳곳에 염증을 만든다. 후두가 붓거나 가래가 생기고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염증이 반복된다는 점. 염증반응이 지속되면 세포가 손상되고 자연스레 암 발병률도 높아지고 사망률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Group 1)으로 분류했다. 또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한 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을 약 7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세먼지,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 뇌 기능에도 악영향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건 물론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입원하는 비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사망률도 30~8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 염증을 일으키면서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라면 미세먼지가 쌓이면서 산소 교환 기능에도 이상이 생겨 병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부정맥에도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토론토종합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5명을 대상으로 밀폐 공간에 고농도의 미세먼지(150㎍/㎥)를 주입한 후 2시간 동안 머물게 했다. 이후 실시한 심전도 검사에서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팀은 쥐 110마리를 대상으로 혈액 속에 고농도 미세먼지(200㎍/㎥)를 주입했다. 그 결과, 혈액 속 산화 스트레스 농도가 39% 증가했고 세포 속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서 칼슘 대사 장애가 발생해 부정맥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많다. 지난해 캐나다 공중보건온타리오의 홍 첸 박사팀은 온타리오주에 살고 있는 성인 660만 명을 대상으로 11년간 장기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차가 많이 다니는 주도로에서 50m 미만인 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주도로에서 200m 이상인 거리에서 살고 있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최대 12%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2월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원 중 미세먼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차량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중 대부분이 초미세먼지다. 이 미세먼지가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다량의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 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 실린 논문에서는 태아기 때 노출된 미세먼지가 뇌의 대뇌 피질을 얇아지게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구건강연구소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학센터 연구팀이 네덜란드의 6~10세 어린이 7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다. 태아기 때 노출된 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5㎍/㎥ 높을 때마다 뇌 오른쪽 반구 일부 영역의 대뇌 피질이 0.045㎜ 얇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대뇌피질이 정상보다 얇게 태어난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태아기 때 엄마를 통해 노출된 미세먼지 농도는 20.2㎍/㎥로 유럽연합 연평균 환경 기준치 25㎍/㎥를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농도의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미세먼지 자체가 뇌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외출해야 한다면 KF80 ,KF94 인증 마스크 착용은 필수

수많은 연구 결과처럼, 미세먼지는 노출만으로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가장 좋은 대처법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도 가고 출근도 해야 하는 상황처럼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때는 KF80, KF94처럼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외출 후에는 바로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한 후 흐르는 물에 코도 헹궈주는 것이 좋다. 목이 칼칼하다고 느낄 때는 가글을 통해 미세먼지를 뱉고 눈이 가렵다면 인공눈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60㎍/㎥ 이상일 때는 환기를 자제해야 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오전 11시 이후 농도가 낮을 때를 골라 환기하는 게 낫다. 온도가 낮은 이른 새벽과 저녁 시간에는 미세먼지가 지표면 가까이 머물고,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는 대기 위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청소는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질을 통해 먼지를 제거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를 음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도움은 될 수 있다. 마늘은 항염증 작용을 하고 생강은 기침과 가래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특히 해조류는 미세먼지와 중금속 등을 배출하고 혈액 맑게 해주어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 할 경우,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 등 치료 약물을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천식 환자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 사전에 상의해야 한다. 또 어린이 환자의 경우는 유치원이나 보건실에 증상 완화제를 미리 맡겨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만큼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