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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가 녹아 있는 물인 ‘수소수’,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광고가 등장할 정도로 최근 수소수가 인기다. 수소 분자(H2)가 이온으로 바뀌지 않고 분자 상태 그대로 녹아 있는 물을 수소수라고 한다. 전 세계 4대 명수로 꼽히는 샘물에 수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소수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소가 몸에 있는 유해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수소수가 노화 방지와 피부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수소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는 약 15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일본은 2015년에 이미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일본 전체 생수시장에서 10% 정도를 차지하며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에는 수소 마스크팩과 수소수 화장품까지 등장했다.

2016년 한국국제수소학술대회에서 이규재 연세대 의대 교수는 “수소수가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떨어트리고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이 수소수로 목욕하자 두 달 만에 상태가 좋아져 아토피와 치매 같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30세 이상 20명을 선정해 정수와 수소수를 마시게 한 뒤 피 검사를 했더니, 정수를 마신 사람은 활성산소가 그대로인 반면 수소수를 마신 사람은 1분 만에 활성산소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발표와 달리 대다수 과학자들은 수소수의 효능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수소수 업체가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핵심 논문에 사용된 것이 수소수가 아니라 수소 기체여서 근거로 사용하기 부적합하다. 또 수소수에 포함된 수소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그 수소가 몸에 제대로 흡수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과 함께 마신 수소가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수소수의 효능을 입증할 만한 논문이나 임상 실험 결과가 충분하지 못하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장부 나눠가져 조작 불가능

수소수 업체와 수소수가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 은 과학적 근거로 200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오타 시게오 일본 의과대 교수의 ‘독성산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항산화물질 수소’라는 논문을 제시한다. 이 논문은 뇌경색을 유도한 쥐에게 2% 수소 기체를 주입했더니 유해한 활성산소가 60%가량 사라지고, 망가진 뇌세포가 절반 이상 되살아났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수소수가 아닌 수소기체를 이용한 실험이다.


과학자들은 수소 기체를 이용한 실험과 수소수를 이용한 실험은 엄연히 다른 실험이라 같다고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수소수 업체가 판매하는 수소수 한 병에 들어 있는 수소를 알아보자. 업체들이 한 병에 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수소 농도는 많을 경우 1000ppb(1ppb는 10억분의 1) 정도다. 이것은 물 1L에 1mg(0.001g)의 수소가 녹아 있다는 얘기다. 대기압 상태에서 물 1L에 녹을 수 있는 수소 양은 아무리 많아야 1.6mg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루에 물 권고 섭취량인 2L를 수소수로 다 마신다고 볼 때 하루에 최대로 섭취할 수 있는 수소가 2mg인 셈이다.

전 세계 4대 명수로 알려진 독일 노르데나우 샘물에는 80ppb, 멕시코 트라코데 샘물에는 180ppb, 인도 나다나 샘물에는 180ppb, 프랑스 루드르 샘물에는 410ppb의 수소가 들어 있다. 1ppb는 10억분의 1로, 410ppb면 물 1g에 0.00000041g의 수소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물 1L(1000g)라면 0.00041g, 약 0.4mg이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소수에 녹아 있는 이렇게 적은 양의 수소도 온전하게 다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수소수가 담긴 물의 뚜껑을 열어두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녹아 있던 수소 대부분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오타 시게오 교수도 2016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가짜 수소수에 대해 경고하며, 수소가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페트병에 넣은 수소수 중 수소가 제대로 들어 있는 제품이 없다, 뚜껑을 열어도 수소가 빠지지 않는다고 하면 수소가 아니다, 끓여도 수소가 빠지지 않는다고 하면 사기다, 화장품 성분으로 등록된 것은 수소화마그네슘뿐이다’ 등을 거론하며 다수의 수소수 제품이 가짜라고 말했다.

특히 수소수에 녹아 있는 수소를 다 마셔도 위와 장을 지나면서 사라진다. 수소수를 마시면 산성을 띠는 위를 거치며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수소가 온전하게 남아서 몸에 흡수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위는 강한 산성을 띠는 수소이온이 가득하고, 십이지장에는 염기성 물질이 있어 중화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소가 원래 상태 그대로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수소수 효능에 관한 논문이 자주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수소수의 효능을 입증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몇 개의 논문이 발표됐다고 해서 수소수가 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연구가 나와야 효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수소수는 효능을 입증할만한 논문이나 임상 실험 결과가 충분하지 못하다.
‘수소수’는 생수에 수소를 첨가한 물이다. 2016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개정에 ‘수소’를 식품첨가물로 추가하면서 수소수 음료 제조와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의료용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 기 때문에, 식약처는 수소수 업체가 ‘활성산소 제거’나 ‘아토피 치료’, ‘소화 기능 개선’ 같은 의료 효능을 표시하면 모두 거짓과대광고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처 기준으로는 수소가 단순한 첨가물일 뿐, 수소수가 어떤 의학적 효과를 낸다고 보장된 것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한편 수소수에 수소 음이온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수소가 물에 녹아서 음이온이 되지 않는다. 만약에 수소 음이온이 존재한다면 이는 해로운 물로 마시면 안 된다. 또 산화환원 전위값을 이용해 효능을 주장하는 업체가 있는데, 이 값은 수소보다 다른 요소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의미 없는 값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때는 꼭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확인할 것을 권한다. 정수를 한 물도 해롭지 않으니 수소수를 마시든 그렇지 않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수소수 업체가 주장하는 질병 효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